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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읽다,세상을보다

왜 어떤 아름다움은 불편할까요?

 

 

 

여성분들이 평생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다이어트죠. 날씬하고 싶고 이쁘다고 칭찬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으니깐요. 하지만 그 선택은 내가 원해서인지 타인의 시선과 평가로 인한 건지 꼭 아셔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아름다움, 내가 원하는 모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한민국에서 지적과 외모를 다가진 직업 아나운서로 살면서 어떻게 시선과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졌는지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아름다움의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오늘의 강의를 함께 보실까요?

 

 

 

 

 


 

 

 

 

 

 

저는 방송에 나오는 직장인입니다. 현재 MBC 8년차 아나운서이고 방송국에서 일한 지는 12년 차 되었습니다.년에 처음 뉴스 앵커를 했을 때 많이 설레었습니다. 책임감과 무게감을 알았기 때문에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생각지도 못한 불안함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내가 몇 칼로리 먹었지? 화면에서 얼굴이 왜 뚱뚱하게 나오지?

 

저는 타고난 날씬한 몸매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몸을 가지로 태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앵커가 된 후 화면에 이쁘게 나오기 위해서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뉴스를 들여다보는 시간보다 보이는 몸에 집착을 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고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마시지 샵에서 네일 샵에서 관리받는 시간이 즐겁기보다 아깝다는 생각과 괴로운 시간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또 미친듯이 먹으면서 다이어트와 요요가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TV에 나오기 위해서 앵커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뉴스속의 남녀 앵커를 떠올려보면 언뜻 보이는 모습이 있습니다. 중후한 남자 옆에 젊고 아름다운 여자 앵커가 있습니다. 남자 앵커는 늘 짙은 색의 정장을 입고 그 옆에 여자 앵커는 매일 화사하게 옷을 바꿔 입습니다. 남자 앵커는 주로 정치나 주요 대담을 맡았고 여성 앵커는 주로 소프트한 뉴스를 전달하곤 했습니다. 이것은 남자 앵커에게는 연륜과 무게감을 여성 앵커에게는 소프트 함과 화사함을 기대했다는 겁니다. 이 공식속에서 저도 당시 젊고 외모가 괜찮았기 때문에 실력과 경력에 비해서 빨리 앵커 자리를 꿰차게 되었습니다. 실력과 경력순 이였다면 아마 저에게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아나운서 시험을 볼 때도 외모에 대한 경쟁과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저는 결코 그 절차나 관습이나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일단 시험을 통과해야 무언가를 할 수 있었던 환경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 자리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저의 개성데로 저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도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아름다워야 선택받을 수 있었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만약에 아름답지 않으면 도태를 의미했습니다. 왜냐면 저 말고도 젊고 아름다운 아나운서는 많았으니까요. 저는 얼마든지 대체가 될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때 깨달었습니다. 아름다움이 경쟁력이 아니라 양날의 검이라는 것 을요.

 

 

이게 방송국만의 일일까요? 많은 여성들은 일터와 일상에서 젊고 아름다운이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시선과 어떠한 일에 이런 미모가 필요한 걸까요? 근본적으로 이런 평가가 타당할까요? 더 큰 문제는 이런 허들이 존재한다는 걸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편하고 힘들어도 다 내가 선택하고 원해서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역할을 규정짓고 한계를 만들고 멀리 높이 나아가는데 장애물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까 바꿔야 하는 건 더 날씬하지 못하고 더 예쁘지 못한 내가 아니라 사회에 기울어진 잣대와 잘못된 평가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소망하게 되었어요. 언젠가는 사라질 젊음과 외모가 아니라 주위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나로서 나아갈 수 있는 진짜 내 힘과 내 경쟁력을 갖고 싶다고요. 그러면 내가 대체될까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대체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안경을 쓰기 시작했고 내 몸을 작은 옷에 맞추는 게 아니라 편한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다이어트에서 해방이 되었고 무엇보다 시간이 생겼습니다. 관리를 받는 대신 저의 주체적인 힘을 쌓는 시간과 에너지가 생겼습니다. 진행자로써 진행에 집중할 수 있었고 퇴근 후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칼럼을 쓰면서 저의 경쟁력을 만들어왔습니다.

 

 

어떤 분이 이런 고민을 털어 주셨어요. 불편하고 부당한데 내가 진짜 바꿔도 될까? 괜히 일 벌인다고 튄다고 지적받지 않을까요? 한번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내가 바꾸자 하는 것이 정말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건지?누군가에게 해가 되거나 하면 안 되는 타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면 바꿔도 된다는 확신을 여러분들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결국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언젠가는 제가 방송에서 넥타이를 메기 시작했어요. 영화 콜레트를 보다가 그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거든요. 생각했죠. 방송에서 넥타이를 매면 안 되는 걸까?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날 방송에서 셔츠에 넥타이를 메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멋스러웠고요 가장 큰 장점은 셔츠 몇 벌과 넥타이 몇 개가 있으면 의상 고르는 고민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저의 이런 모습에 어떤 사람은 저에게 남자가 되고 싶냐 고 묻습니다. 아니요. 저는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그동안 선택하지 못한 것들을 선택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꾸미고 싶지 않으면 꾸미지 않을 자유가 있어야 하고요. 내가 원하는 아름다움, 내가 원하는 모습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원하다면 할 자유를,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자유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움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변화하면서 오랫동안 저를 붙들고 있던 불안함이 거의 해소가 되면서 나이 드는 게 이젠 두렵지 않습니다. 앞으로 한해한해 만들어갈 저의 일들이 너무 기대가 돼요. 무엇이든지 시작해보는게 중요합니다. 작은 시도를 해보면 계속해 나아갈 힘이 생기고 더 큰 것을 바꿔 나갈 용기가 생깁니다. 여러분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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