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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읽다,세상을보다

당신이 쓸모 없어도 괜찮은 세상

 

 

 

여러분들 혹시 재벌 3세라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생각이 나시나요? 영화 배테랑의 조태호나 리멤버의 남규만처럼 권력을 남용하고 악덕한 짓만 골라하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네. 사실 저도 재벌들의 횡포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재벌들은 다 그런가 보다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른 재벌 3세의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혹시 성수동에 있는 체인지 메이커들을 아시나요?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고 다양한 개성들이 존중받으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신의 꿈을 만드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서울 성수동에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로서는 너무 놀라운 일이었고 너무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시다면 이번 강의를 끝까지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럼 시작해보실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제 이름 정경선이 아니라 재벌 3세, 현대 3세라고 더 많이 불렀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제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역시 재벌 3세는 달라라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옷을 차려입는 날에는 역시 재벌 3세는 럭셔리하다. 편한 옷을 입고 나가면 역시 재벌 3세는 한번 입고 버리는가 보다 라고 합니다.

 

 

 

 

 

 

 

 

사실 저는 사람들이 저를 재벌 3세가 아닌 정경선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내가 굉장히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로서 그것은 바로 책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거를 좋아했습니다. 어른들은 어린애가 벌써 이렇게 어렵고 많은 책을 읽는 거에 대해 칭찬을 해줍니다. 그 칭찬에 신인 한 저는 점점 더 많은 책을 더 어려운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일종의 지적 허용심이 생겼던 거 같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본격적으로 난간이 닥쳐옵니다. 저는 남중 남고를 다녔는데, 남학생들의 세계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고 운동은 싫어하고 몸 싸우기를 싫어하는 이런 아이들은 소위 재수 없고 찌질하다는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그 타이틀을 얻은 친구들은 먹이사슬 굉장히 낮은 곳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위에 그림과 같이 저와 같이 새우 단계에 있는 친구들은 고등어 친구들, 참치 친구들, 상어 친구들이 쉬는 시간마다 괴롭히고 놀리고 희롱하는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됩니다.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복도에서 삥을 뜯기다가, 그때는 정말 별 생각이 다 들게 됩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무력감이었습니다. 왜냐면 선생님들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때 느꼈던 거 같습니다. 남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이 안 가졌다는 이유로 혹은 가졌다는 이유로 싫어하거나 무시하고 괴롭힐 수가 있구나.

 

 

고등학교로 들어가면서 저는 상황이 조금 괜찮아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은 저를 괴롭히는 대신 혹시 나중에 취직 좀 시켜줄 수 있겠니라고 부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최소한 저는 몸이 편해졌던 거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비슷한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친구들과 저의 차이점은 제가 좋은 집에서 태어났고 그 친구들은 아니라는 거뿐입니다. 그때부터 고민을 계속했던 거 같습니다. 왜 우리는 가난한 이유로, 공부를 못하는 이유로 나와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걸까?

 

 

이 고민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발전됐던 것은 대학교를 입학할 때입니다. 저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국문학과를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식사자리에서 어느 어른 한분이 이런 말씀을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남자아이가 국문학과를 나와서 어따쓰게 경영대 가야지 라고, 문송 합니다라는 걸 직접 체험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내가 어떤 거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전혀 소용이 없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쓸 때가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을 하는 거고, 쓸 때가 없는 사람은 존재가치가 없구나. 어떻게 보면 큰 공포였던 거 같습니다. 우리는 12년 동안의 인생을 끊임없이 시험성적의 높고 낮음으로 우리의 쓸모를 증명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다음으로는 얼마나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느냐로 우리의 대학생활을 보내고, 그다음으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차를 타는지, 어떤 집에 사는지로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평가받으면서 삽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이사회가 정해진 굉장히 좁은 그 쓸모의 관문을 통과해서 인생의 승리자로서 행복하게 삽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의 쓸모를 경쟁하다가 결국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이라는 암울한 현실을 처하게 되는 겁니다.  

 

 

만약에 제가 지금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저를 이해해주지 않고, 제가 가장 어둡고 낮은 곳에 처했을 때 저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제가 재벌 3세가 아닌 정주영의 손자가 아닌 그저 책 읽기를 좋아하고 돈 안 되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먼가 경쟁하기를 싫어하는 정경선으로는 너무나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때 약간 늦은 사춘기를 겪었던 거 같습니다. 나 자신이 먼 거 무가치하다고 느껴졌고, 쓸모없다고 느껴졌고, 또 동시에 안락함을 위해서 나다움을 포기하는 비겁한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때 구원처럼 나타난 게 체인지 메이커라는 사람들입니다. 

 

 

 

 

 

 

 

 

 

체인지 메이커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먼가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받고 차별받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인생을 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분들을 보면서 이런 체인지 메이커 사람들이 많아지면 나도 정말 낮은 위치에 있을 때 구원받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제 삶의 목적이 이런 체인지 메이커들을 돕는다로 정해지게 된 거 같습니다. 

 

 

하지만 체인지 메이커들을 돕는다는 건 쉽지 았았던 거 같습니다. 우리 자체가 워낙 여유가 없고 삶이 팍팍하다 보니까 우리가 좋은 일을 하지 못하는 거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이 좋은 일을 하는 거 조차도 굉장히 냉담하고 무관심하게 됩니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체인지 메이커들은 놀라운 일들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끊임없는 무관심과 냉대속에서 지쳐가고 있고 소위 말하는 번아웃을 겪고 있습니다. 그들을 정말 잘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들이 조금 더 즐겁게 행복하게 일을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게 하면은 그 행복한 사람들이 다시 체인지 메이커가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12년에 루틴 임팩트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성수동에 디엘 하우스 공동주거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비슷한 연령대에 꿈을 공유하는 체인지 메이커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어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30여 개 사의 비영리단체와 사회적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대기업과 비슷한 지원을 받으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헤이 그라운드 시설을 그다음 달에 오픈합니다. 그 외에 임팩트 베이스 캠퍼스, 임팩트 커리어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말 세상에는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소셜벤처가 있습니다. 이분들은 장기적으로 뜻이 맞는 자본이 투자했을 때 굉장히 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14년에 HGI이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이분들을 투자해서 장기적인 파트너로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성수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곳에서 이런 체인지 메이커들의 생태계를 만들어서 그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다운타운이라는 곳인데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는 곳입니다. 그쪽에서 먼저 제안을 주셔서 올해부터 성수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미국으로 확장 복제하는 실험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제가 재벌 3세가 아니라 그저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내성적인 정경선으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그리고 그 사회는 우리를 쓸모로 평가하고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고 다양한 개성들이 존중받으며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신의 꿈을 만드는 사회입니다.

 

 

굉장히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사회를 만드는 길은 절대 거창하지 않습니다. 이미 성수동에는 이런 일들을 하는 수많은 비영리단체와 소셜벤처들이 있습니다. 이곳에 오셔서 체인지 메이커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개성들을 존중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체인지 메이커들에게 응원과 격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제로 실천할 때마다 우리 사회는 조금씩 더 나은 곳으로 발전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들과 체인지 메이커들이 이런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앞으로도 계속하고자 합니다.

 

 

 


 

www.youtube.com/watch?v=QvbF6Rxy0dE

 

 

 

 

 

해당 영상은 세바시에서 다시 볼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