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는 아직도 어릴 때 부모한테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슴속 깊이 박혀있어, 이렇게 큰 어른이 되었는데도 어릴 적 생각이 들면 여전히 아프고 피가 납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고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었어요.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저는 알고 있죠. 그분들은 사과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고 말하는 순간 나도 똑같이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니깐요. 그리고 나의 상처는 아물지 못한 채... 부모님을 아프게 한 나쁜 아이로 스스로 더 괴로워지겠죠.
오늘은 그 고통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 내 마음을 어루어 만져주고 또 더 이상 상처 받지 않는 방법에 대해 박재연 소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혹시 마음속에 아픔이 있나요? 상처가 있나요? 괜찮아요. 오늘 이 시간을 통해 그 아픔을 나누고 또 함께 치유해보면 어떨까요? 저에게 도움이 된 것처럼 여러분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화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선택이에요. 내가 지금 의도를 가지고 말할 것인지 아니면 저 사람의 말을 들을 것인지의 선택하는 과정이 대화의 전부입니다. 한번 생각해보면 우리가 분명히 지금은 내입을 다물고 저 사람의 말을 들어야 될 타이밍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입이 통제가 되지 않고 말하면서도 후회하는 경우들이 있을 거예요. 또 반대의 경우도 물론 있고요.
오늘은 들어보는 것에 대한 선택의 문제를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유튜브나 SNS, 책을 보면 우리에게 불편한 말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낯선 사람들이 하는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이야기들을 우리가 어떻게 들을 것인지는 굉장히 많이 나와있어요. 가장 많이 하는 선택은 무시해라, 그런데 무시가 안 되는 경우들이 살면서 참 많습니다. 두 번째는 반격해라. 저는 이 반격이 오히려 무시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두고 있어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우리의 인격을 건드리거나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우리의 안전을 건드릴 때 우리는 강하게 힘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고통스러운 마음에 주소는 낯선 사람이 아닌 우리의 가족, 우리의 부모님, 사랑하고 싶었지만 사랑할 수 없었던 내 친구, 우리의 형제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이에요. 무시할 수도 없고 반격해도 다시 돌아오는 그 아픔을 내가 감당해야 되는 그 대상들. 실제로 93%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반응하고 왜 후회하는가에 대한 그대상을 적어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가족 그리고 친구, 연인이었어요. 매일 같이 밥을 먹고 문을 걸어 잠그고 그다음 날이면 또 그 사람과 밥을 먹어야 되고 같이 잠을 자야 되는 그 사람들이 우리 고통의 주소죠. 그러면 어떤 말이 가장 듣기 힘들까요? 무시할 수 없고 반격할 수 없고 그러나 내 마음을 후벼 파는 듣기 힘든 말이 어떤 말일 까요?

첫 번째는 미안한 말입니다. 저희 아들이 어릴 때 가끔 제가 강의를 가면 전화가 와요. 엄마 어디에서 이렇게 물어봐요. 그런데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거 같은 거예요. 엄마 빨리 좀 집에 와요. 나랑 같이 시간을 보내주세요 라는 말이었는데 제가 너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어서 그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어요. 내가 이렇게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데 집에도 같이 못 있어주는구나 이런 죄책감이 몰려오니까 저도 모르게 화가 나는 거예요. 숙제했어 안 했어, 밥 먹었어 안 먹었어, 왜 자꾸 엄마한테 전화해, 엄마 못 가는 거 알면서 이렇게 말하고 그 전화를 냉담하게 끊어 버렸을 때가 많습니다. 미안 한말은 내 마음을 상대의 마음과 연결시키지 못하고요. 나의 죄책감과 연결시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 사람이 그때 어떤 마음으로 전화를 했을까를 추측하거나 짐작 못하게 만들죠. 그래서 우리에게는 굉장히 듣기 힘든 말입니다.
두 번째 말은 동의하기는 싫은데 맞는 말이에요. 어떤 남성이 상담을 하는데요, 어느 날 아내가 밥을 먹다가 '여보, 당신 굉장히 건조한 사람인 거 같아. 당신은 그거 알아?'라고 물어봤데요. 그런데 남편이 하는 말은 아내가 전혀 공격적인 의도도 없고 전혀 자기를 비난할 태도도 아니었고 그냥 그동안 자기하고 연애하고 살면서 보고 느꼈던바를 하나의 평가적인 말로 얘기한 거였어요. 그런데 당신은 참 건조하다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발끈하면서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 돼? 내가 어떻게 해야지 만족할 거야 하면서 밥상머리에서 그렇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돌아서서 생각할수록 내가 그 말에 왜 그렇게 발끈했을까? 그런데 인정하기 싫지만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는 거예요. 이 두 번째 불편한 말은 내 마음이 상대의 마음과 연결되는 말이 아니라 내가 저항하고 싶고 변명하고 싶은 내 마음과 연결되는 말입니다.

세 번째 말은 아픔을 건드리는 말입니다. 어떤 남성이 상담하면서 이런 말을 해요. 자기는 결혼하기 싫었대요. 왜냐면 자기는 완벽한 가정을 꾸릴 수 없을 거 같아서 결혼하고 싶지 않았데요. 그런데 사랑하는 아내를 만났고 그래서 결혼을 했데요. 그런데 아내와 약속을 했데요. 아이는 갖지 말고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자. 아빠가 된다는 것이 굉장히 겁이 났답니다. 그런데 인생이 뜻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아주 이쁜 아들이 태어났어요. 사건은 아들이 돌이 되면서 터졌는데요. 어느 일요일 세 가족이 저녁밥을 먹고 거실에서 도란도란 앉아 있었데요. 그런데 아이가 굉장히 정확한 발음으로 '엄마'라고 말했데요. 보통 아빠들은 이제 아빠도 해봐 라고 많이 시키죠. 그런데 이분은 그대로 화장실로 뛰어나서 먹었던 밥을 다 토하고 30분 동안 울었다고 해요.
본인도 도통 알 수 없는 감정이었고, 그분과 5회기 동안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맥락이 있어요. 이분을 가장 불편하게 했던 엄마라는 말이 왜 불편하고 아팠을까? 이분은 아버지 밑에서만 자랐습니다. 그리고 고모가 아주 헌신적으로 키워주셨어요. 그런데 이 남자는 아버지가 재혼을 안 하셨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자기 삶에 엄마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그 말을 정서적으로 가장 깊이 연결되어 있는 내 아들의 입을 통해서 엄마라는 얘기를 드자마자 이분은 몹시 불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참았던 눈물이 그날 화장실에서 마치 봇물처럼 터져버린 거죠.

여러분 인생은 아픔의 연속이죠. 아픔은 다른 말로 우리가 삶에서 잃어버린 상실입니다. 상실에 대하는 태도는 그것을 건드린 사람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그 상실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했거나 그 상실로 인한 슬픔을 그리고 비탄이라는 그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너무 두려워서 그 아픔을 어딘가에 꼭꼭 넣어두고 억압하고 회피해온 대가로 우리는 어쩌면 처음에는 그저 서운한 일이었을지 모르고 시간이 지나면 짜증이 났을지 모르고 시간이 더 지나면서 화가 났을지 모르고 그리고 그대로 방치한 대가로 그 일이 반복되면서 분노가 났을지 모르고 그 분노가 반복이 되면 나 자신에 대한 마음의 벽을 세우고 상대에게 굉장히 냉담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자신의 아픔 그 상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대가는 과거의 일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의 나하고 다른 사람의 관계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주는 거예요. 그래서 가슴 아픈 말을 듣는 것은 내 마음이 상대의 마음하고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내 과거하고 내 과거의 아픔 하고 연결되는 말이 바로 가슴 아픈 말의 핵심입니다. 그 사람이 나한테 사과하지 않아도 한 번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내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가장 친절한 사람이 내 스스로가 되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의 연습을 해요. 여러분도 한번 같이 해보셨으면 좋겠는데요. 일단 눈을 감고 제가 마음 아픈 일들을 겪었을 때 그 사람한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제 스스로 생각으로 합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그 말을 하고 있는 저의 말을 또 들어줍니다. 맞아 그 사람 나한테 너무 했어, 맞아 우리 아버지 나한테 그거는 실수하셨어. 우리 엄마 그렇게 말하면 안 됐었어. 내가 부모라면 그렇게 말 안 했을 거야 라고 말하고 있는 나와 또 다른 들어주는 내가 있습니다. 그래 네가 엄마라면 그렇게 안 했을 거야 그래 그건 엄마 잘못이었어. 너 그때 정말 힘들었을 거야. 너 지금 그 말하고 있는 거지. 내가 잘 듣고 있는 거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즉 생각하는 나와 들어주는 나. 이 2가지가 내 안에서 움직일 수 있고 그것이 대화하기의 핵심입니다.

비폭력 대화를 개발한 마셜 로젠버그는 인간의 모든 말은 부탁이거나 감사라고 하셨습니다. 너 인생 똑바로 살아라는 말은 인생 좀 잘살아줄래라는 부탁이었고요. 용돈을 드릴 때 돈 좀 아껴 써라고 하신 말은 고맙다는 표현이었어요. 우리가 상대의 다소 거친 말을 원하는 말로 바꿔 내기 위해서 첫 번째는 이것이 부탁인가 감사인가를 구별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내가 원하는 말로 번역기를 돌려보는 것입니다. 위에 아내가 남편한테 당신 참 건조한 사람이야를 번역해보면 이 말은 아내의 부탁입니다. 두 번째 아내가 원하는 말로 바꿔보면 여보 나는 당신이랑 감정적으로도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으면 좋겠어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여기서 멈춰도 되지만 그 사람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면 하나 더 나아가 보십시오. 저 말을 하는 저 사람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답답했겠구나. 저 사람이 바랬던 욕구와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저 사람은 이해하고 싶고 정말 소통하고 싶고 나랑 연결되고 싶구나 거기까지 우리가 한번 가보는 겁니다. 분명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왜 내가 저 사람의 말을 그렇게 들어줘야 됩니까? 장자가 한 말이 있습니다.
물고기에 그물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존재한다
물고기를 잡았다면 그물은 버려라
토끼의 덫은 토끼를 잡기 위해서 존재한다
토끼를 잡았다면 덫은 버려라
사람의 말은 의미 때문에 존재한다
그 사람의 의미를 잡았다면 그 말은 버려라
이 말은 제 삶에도 너무 깊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왜 내가 그렇게 해야 하는 말에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것이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자존감을 지키고 나를 보호해주는 방식이기 때문이에요.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고 그저 그 말을 저 사람의 부탁으로 처리하면서 나에 대한 얘기가 아님을 명확히 함으로써 나를 보호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그 사람이 필요하고 소중하고 중요하고 의미 있는 존재라면 그 사람과의 단절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과 연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한번 들어보겠다는 우리의 의지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은 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정신이 훨씬 더 건강하다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말 그리고 그들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말, 그런데 그 사람과 단절하기는 싫다면 한번 결심을 하시고 그 사람의 말과 의미를 번역기를 돌리면서 한번 들어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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